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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일상사진

보물 모으기



저녁에 연신내 집에 모이기로 한 토요일, 조조로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이번에 보니 ㅋ엑스 근처에 주말에는 무료로 차를 세울 수 있는 골목이 있었다.
주말에는 항상 모 은행에 몰래 세우곤 했는데... 그 스릴을 이젠 경험할 필요도 없게 된 셈.
(찬수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이 스릴도 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평소라면 틈하나 없을 이 골목의 빈 자리를 찾아 차를 세우고 빵집에서 커피와 빵으로 몸을 좀 깨운 후
영화관까지 마실이라도 나온 양 가벼운 차림으로 둘이 걸을때,
평소에는 극도로 번잡한 이 거리의 나무며, 빌딩이 어느정도 평화로와 보이고,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수의 행인들은 도시에 다 뺏겼던 여유와 우아한 당당함을 되찾은 듯 보이기까지 한다.
이 짧은 길을 걸을 때 느껴지는 이색적인 한가로움이랄까, 조금은 어색한 한산함이 좋다.

영화는, 졸지 않고 볼 정도였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바다로 뛰어든 여배우가 연꽃이라도 타고 올라왔는지 구명보트 위에 멀쩡히 서서 조명탄을 쏘는 장면에서 나 혼자 웃었다.
오늘 본 영화처럼 영화가 끝난 후 영화에대해 할 말이 없을 정도라도 나는 조조영화 관람이 좋다.
영화 보기 전의 한산한 거리의 짧은 드라이브와 산보도 좋고, 영화 본 후에 찬수 졸라 사는 싸구려 악세사리 쇼핑도 좋다.
오늘은 어린 시절 생각나는 이쁜 삔과 머리띠를 샀다.
어린시절의 뭔가를 말해주려는 듯 요상한 빛을 뿜는 분홍색과 노오-란 색의 삔도,
가까이 들여다봐야 비로소 보이는 -흐릿한 윤곽의 하얀 작은 토끼가 십수마리 수놓인- 장난감같은 머리띠도,
머리에 꽂았을 때보다 손에 쥐고 있을때가 더 기분 좋은 내 보물이 된다.

내가 모으는 보물들은 몸에 걸치는 보물이 아니라 손에 올려놓는 보물들,
오늘 산 보물은 - 손에 올려 놓으면, 주말 조조영화보던 날들의 기억들을 영사기처럼 뿜어댈 이쁜 보물들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가 나이들 수록 소중하고 가치가 커지고 애틋해질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쓸쓸하기까지 한,
지나갈 시간을 담아두는, 이 순간의 내 기억과 기쁨과 행복을 담아두는-기록해두는 내 보물 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