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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일상사진

두물머리



오전에 작업할 게 조금 있어서 오랜만에 내 작은 작업실에서 찬수와 나란히 피씨를 좀 썼다.
메일 보내고 나서는 어쩐지 한없이 늘어지기만 한 날,
두텁고 짙었던 구름이 다 걷히고 태양이 민낯으로 보내는 햇살이 악'소리나게 강렬했던 날


오후 늦게야 정신차려서 오랜만에 내민 햇살 아래 드라이브 좀 해 보자고 나섰다.
나가는 길에 베이커리에서 손바닥만한 빵 몇 개 사서 차 안에서 똑똑 뜯어먹는다.
차 안에서 먹는 간식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맛있는지 :-)
반짝반짝 찰랑찰랑 쒸잉쒸잉 지나가는 나무들 앞에 올려놓고 보는 먹거리는 이쁘고 탐스럽다.


나른하니 졸린 눈으로 바라보는 하늘에는 나보다 더 나른한 표정의 하얀 구름들이 세월아네월아 흘러간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후끈하고 습하기는 또 어찌나 습한지...
찬수와 마주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깔깔 웃는다.
팔을 확 끌어안아 열기에 열기를 더하고 체온에 체온을 더하며 장난치며 걷는 산책길,
쫀득이가 된 기분으로 쫀득쫀득 걸어가는 산책길


시골길을 조금 더 달려... 언젠가 달린 적 있는 이 길을 달려



 몇 년 전 데이트했던 그 드물머리에 도착한다.


여기 서 봐라, 저기 서 봐라 뒤로 가라 한 번 더, 웃어라, 입꼬리를 올려라...
극도의 더위 속에서 오늘따라 렌즈 앞에 날 세워두고 잔소리가 많던 임찬
왜 그랬어? 더위먹었던거야 정말?


낮은 돌담, 돌기둥 안에 전구가 들어있던 작은 석등(?)
더운 날이지만 이런 것들에는 여전히 마음이 갔다. 따끈하고 귀여워.


쪄낸 옥수수 알갱이처럼 찐득해져서도 녀석과 장난치며 걷는 길이 재미나고 좋았다.


백상아리를 돌담에 얹어보고 :-)


묵직한 목조펜스 위에도 얹어보고


고인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물머리


두물머리 안의 ... 이름은 잊어버린 화원?


자라섬의 이화원과 느낌이 비슷했던 곳. 좋았다.


덥다면서도 열심히 셔터 누르고 또 누르면서 쫓아다니던 녀석, 눈치없는 똥개처럼 웃긴 녀석


우리 집에도 이런 자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기타도 치고 차도 마시고 그림도 그리고 인형놀이도 하면서 설~렁 부는 바람에 노래 흥얼거리며 가로눕기 좋은 곳



연잎 곱다.
연잎은 플레어스커트자락처럼 우아하게 리듬갖고 흐르는 끝선과 물방울을 동그랗게 밀어내는 무광택의 표면,
가늘고 길지만 힘있는 줄기와 그 위에 넓게 벌어진 톡톡한 그 잎의 느낌이 좋다.


백상아리의 즐거운 한때 :-|


이건 우리 조상들이 온실처럼 사용하던 곳을 재현해 놓은 곳인 듯 했다.


바닥에는 돌로 된 빨래판이 아귀가 아주 잘 맞아 이어졌다.
어린시절 놀러가곤 했던 춘천의 외가 생각났다.


백상아리, 뭐가 보이니?


습한 곳 답게 바닥엔 이끼 투성이고 이름도 모르는 넝쿨이 담을 틈도 없이 훑어오르며 자라나고 있었다.


내가 내 발을 찍고 있으면 어느새 녀석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계집애처럼 얌전히 발을 모으고 옆에 선다.
얘 정말 내 여동생이라도 되고 싶나봐 - -;;;


짓무를 정도의 더위에 짓무를 정도로 짙어가는 초록, 초록의 힘



누구와 마주 앉아 뭘 먹어도 다정한 기분이 될 것 같은 귀여운 노천레스토랑


자연의 고운 그라데이션


빚은 듯 단단히 잘 닫힌 봉우리와 웃음소리라도 터질듯이 팡~ 터져 벌어져 있는 연꽃
노을아래 보니까 빛이 더 고와보였다.


노을하고 같이 짙어가는 연못의 수색


바닐라스카이에 달큰해져서 돌아가는 길


물에 담근 듯 바람 속에 부드럽게 퍼지는 길가의 나무들


점점 더 달아져가는 바닐라스카이, 바닐라빛이 땅 아래에 아주 내려 앉는 순간


모든걸 손가락 끝에 살짝살짝 묻힌 채로  집으로


세상 안에 단 한 곳, 가장 다정하고 가장 포근한 우리 집으로  :-)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