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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lings



치과치료를 받을때 의사가 내가 아마도 이를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요새 난 꿈도 많이 꾸고 이도 많이 가는 것 같다.
찬수 말로는 어제 아침에는 큰 소리로 잠꼬대까지 하더란다.
이를 가는건 뭔가가 불만족스러운 거라고 하던데 ... 
깨어있을 때조차 무시하고 뒤로 밀어 두었던 삶의 균열과 불균형들을 무언가 내 안의 다른 힘이 스스로의 질서에따라 열심히, 엄격하게 고민하고 정리하고 있었을 거라고 느낀다.
매일 밤, 게으른 내 영혼이 잠든 후에야 비로소.

뇌는... 내 뇌는 깨어 있을때보다 잘 때 훨씬 집요하고 부지런한 것 같다. (내 성격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한 기분마저 든다)
본 것, 느낀 것, 잠시 생각한 것.. 사소하게 스친 것 하나하나를 붙들고, 자는 내내 고민하고 관찰하고 연상에 연상을 거듭하고 발전시킨다.

그런 나에게 좀 더 좋은 것, 아름다운 것, ... 가치있는 걸 보여주고 느끼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으르고 무심해서 부끄럽다. 좀 더 열심히 헤아리자, 나를.

수없는 꿈 중의 몇 가닥을 운 좋게도 기억하고 엿볼 수 있었던 순간마다 느꼈다, 생각보다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가기에 정신이 없는 나를.
꿈을 들여다보면, 꿈 속의 꿈을 진행하는 나를 보면 ... 마치 나무나 풀을 볼 때처럼 신기하고 기특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 갖가지 환경에 던져진 여느 생명력 강한 풀이나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을 보고, 들리는 것을 듣고, 내리는 것을 맞고, 불어오는걸 몸으로 부딪히며, 모든걸 그대로 느끼고 이해하려 애쓰고 고 있었다는걸.
그 모든걸 내 생명, 내 몸 안에 받아들이고 정리해 두려고 애 쓰는 내가. 
이 살아있는 내 뇌가, 몸뚱이가... 신기하고 기특하다.

어리석은 영혼이라 할지라도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 생명 안에, 그 DNA 안에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힘은, 아름답다거나 추하다거나, 훌륭하다거나 미천하다거나, 고귀하다거나 불량하다거나... 이런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표현해서는 안될 것들을 일관되고 강인하게 이루어낸다.
자연의 질서와도 같이 강인하고 정확하게 해낸다. 그것이 생명이다.
내 어리석은 영혼으로 그 생명이 유지하려는 질서를 무너뜨리고 흐뜨러뜨리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하겠구나...
오늘 아침엔 많이 반성했다.
노력하자, 내 안에 살아있는 것이 지키려고 하는 질서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 질서라는게... 어쩐지 내가 알지 못했던 경이로운 것들을 보게 해 줄 것 같으니까.
나를 따르자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