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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dlings

밤 산책길의 그들



오늘 밤, 트랙 도는데 너구리 꼬리를 가진 고양이가 뒤뚱뒤뚱 트랙을 가로지르는 걸 봤다.
찬수를 먼저 보내고 뒤쫓아 갔지만 너구리고양이, 어찌나 빠른지 흘낏 돌아보고는 어둑한 수풀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고양이를 놓치고 돌아나와 달리다가 빨간 트랙 위에 우산처럼 생긴 노란 은행잎이 색종이로 오린 것처럼 반듯하게 붙어 있는 걸 봤다.
찬수 쫓아가느라 지나치고 한바퀴를 더 돌아와 찾아봤지만 온통 삐죽삐죽하거나 찢긴 은행잎 뿐, 우산모양으로 붙여져있던 은행잎은 보이지 않았다.
아홉바퀴째 돌고 있을때는 여우같이 생긴 하얀 개가 개줄에 묶인 채로 춤추듯이 뛰어다니는 게 보였다.
짧은 개줄을 움켜쥔 중년의 아줌마는 개가 널뛰듯하자 줄을 힘겹게 몸쪽으로 당기곤 했다.
줄을 놓으면 발레라도 보여줄 것 같은 개였다.
나도 나중에 개를 키우면 여우같이 생긴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막여우같이 생긴 하얗고 작은 개 :-)

가을이 와서 좋다.
가을이 온 후 달라보이는 세상도 좋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