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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canada

즐거운 나의 집 :-|



여행동안 정들었던 주정뱅이를 휘슬러 어딘가에 잃어버리고 까망머리만 데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된장색이 되어 다리 턱 밑까지 차오른 한강, 달리는 차 안에서 노란 한강에게 인사한다.


차가 막혀 밤에나 도착해서 뻗은 나를 등지고 폴리에게 먼저 인사하고 있는 찬수
"힘들었지? 이제 괜찮아, 나 왔어 ~ 블라블라블라"
폴리는 생각보다 건강하다. 폴리에게 인사하는 찬수의 등짝이 따뜻하다. 아니, 덥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좁은 호텔만 돌아다닌 덕에) 우리 집이 이렇게 깨끗하고 넓었나? 싶었다.

새벽에, 잠이 깨어 작업실로 들어와 본다. 보고싶었던 친구 만난 것처럼 ... 뜨끈하다.
램프, 모니터, 프린터, 알록달록 펜, 액자, 오르골...
주렁주렁 흔들흔들 어질어질, 내 물건들 보니까 여기가 정말 내 '요새'구나 싶다.


걱정했던 것보다 건강한 폴리시아스


언제나 무뚝뚝뚝한 우리의 마루코,
오랜만에 보는데도 여전한 너의 무표정을 좋아한다, 내게 없는 그 일관성을 :-|


조금 후에 일어난 찬수에게 캐나다에 안 갖고간걸 엄청 후회했던 오페라 이미지내어를 틀어달라고 부탁하고 앉았다.
찬수, 나, 마루코 나란히 앉아서 나비부인을 본다.
나비부인처럼 이 자리에서 그대로 날 기다려준 내 작업실, 마루코, 폴리, 내 온갖 유치한 물건들에게 고맙다.


몇 달 동안 잠들었던 내 지갑에, '맛있는거 사 먹게 현금 넣어달라'고 찬수를 졸라서~ :-)
매일 흰 티셔츠와 청바지로 5개월을 버텼던 이 몸에 꽃무늬 원피스 훌떡 걸쳐입고 뛰어나가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거.
편의점에서 후치와 카스, 맥스를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기분이 너~~~무 좋은거.
편의점에서 음료수랑 알록달록한 스티커 사서 비닐 우산 들고 단지의 나무며 풀들 냄새에 킁킁거리며 산책.


6개월간 방치된 아방이는 재투성이가 되었다.
우산으로 '우리 와따!'라고 쓰고 낙서 했는데 정말 분필로 흑판에 글씨 쓰는 기분
방전이돼서 애니카 불렀는데 정말 10분만에 온 것 같다,
아방이 충전되려면 한 시간 동안 시동 켜 놓아야 한대서 단지 뒷길, 좋아하는 가로수길로 드라이브 고고



꼭 찾아먹어야할 리스트 상위권에 포함되었던 음식점 중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잠실 오모리로 달려간다.
오랜만에 보는 너구리에게 '안녕?'
오랜만에 달리는 올림픽대로 위에서 찬수랑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천호대교 건너 강북도 구르고 다시 광진교를 달려 동네로 돌아온다. '아노 마찌'로



동네에 커피점이 얼마나 많이 생겼는지...
쌩뚱맞은 위치에 생긴 까페베네에 들어가 급한 인터넷 업무도 보고 아이폰도 충전하고
에스프레소 더블샷으로도 부족해 트리플샷을 큰 컵에 달라고 부탁해서 홀짝홀짝 우히우히 앉아 다~ 마시고 나왔다.


다시 카센터 들러 차 점검 받고 집에 돌아와서는 배 깔고 계획표 세우는데...
살랑살랑 미지근한 여름 바람에 콧노래가 절로 나더라.
서울 온 직후 바로 다음 하루를 골목개처럼 탈탈탈탈 정신없이 보내고도
저녁에는 세차하고 그동안 폴리랑 아방이 돌봐준 친구네 만나러 삼성까지 가서 저녁 먹고 밤에나 돌아왔다.

인생은.
알록달록.
정신없지만.
아름다워. - 만화경처럼 :-)
(참, 오자마자 아소방매트에 누워서 만화경도 한참을 돌려봤다. 내 장난감들, 다시 보니 너무 다 이쁜거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