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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canada

다른 곳, 다른 나


VIA레일을 타고 3일 밤을 달려 로키산맥에 도착했다.
날씨때문에 급하게 바꾼 Banff의 리조트에서 이틀을 묵고 오늘 재스퍼에 도착했다.
재스퍼의 숙소로 올라가는 길에 비가 조금 흩뿌려서 무지개가 산능선에 짧게 꽂혀 있었다.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리조트에 차를 세웠을때는 때마침 호수 건너편 산 위로 기울고 있는 해가 바닐라빛 햇살을 막 뿜어대는 찰나였다.
아름다웠다.
해, 호수 빛, 청청하다못해 검푸른 빛을뿜는 빼곡한 나무를 두른 산의 모습이.

VIA레일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밴프의 명소에서 스친 사람들은 그야말로 스쳤을 뿐이지만 잔상이 많이 남았다.
친절한 사람들은 친절한 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대로 그 잔상이 깊고 오래고...
그리고 각각의 그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의 내 행동이나 심경의 변화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길게 고였다.

여행 시작하고 밴프에 머무는 동안은 너무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 재스퍼에 도착해서 짐 풀고 저녁을 느긋하게 먹고 쉬면서 앉아있다보니...
'to see if i'm smiling'이라는 다큐멘터리 생각이 난다.
지구의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자기 문제와 환경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동안 그 환경이나 고유의 문제들이 각각의 인간들 그 깊은 곳에 숨겨진 특성들을 불러일으키고 깨우고 증폭시키고 할 것이다.
그 이스라엘 여군들이 겪은 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살면서 겪고 맞닥뜨리는 수많은 상황, 인간들, 관계들 속에서
나는 '후회하지 않을 나'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자연을 보러 왔는데, 사실 여기 자연이야 따로 표현할 필요 없는 자연이고...
내 눈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환경과 인성을 두른 인간들, 인간들, 인간들이 산만할만큼 많이 밟혔다.

재스퍼에서의 남은 기간은 이제 자연에 좀 더 집중해보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