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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은 볼 수록 맘에 든다
꽤 오래전부터 스토리가 이어지는 소설류의 책을 읽는 것보다 정보 위주의 책을 발췌독으로 읽는 게 편한데
이 책은 부분부분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사람의 사고방식과 그 사고의 정리력, 표현력에 감탄하게된다
아마도 이제 내 나이에는, 표현이 아름답거나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스토리보다도
글을 읽는 동안에 사고의 전환이 되는지,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하고 흥미로와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라켄야는 이 책에서 매우 다양한 (디자인)프로젝트와 작품을 예로 들면서 디자이너가 작업 대상에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지 보여주고 있으며, 디자이너가 그 프로젝트를 통해 탐구하게 되는 '전달되어야할, 전달할만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그렇게 탐구한 가치와 의미를 작업물에 부여하고 표현해내기 위해 어떤 방법과 아이디어를 썼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객관적이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느낌까지 드는(일본의 문화와 민족성에 대한 깊고 따뜻한 이해와 자부심을 가진 것 같다) 상세한 설명과 해석이 처음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만 읽을 수록 그 진지함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물론 처음에는 정말 고리타분한 독백처럼 느껴졌지만 말이다)

인간의 집착에 가까운 정리와 정의, 의미해석으로 이루어지는 온갖 방식의 작업물은(책이든, 디자인 프로젝트든) 이 사람 말대로 정말 거대하고 방대한 감각과 기억,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건축물과도 같다
집요한 사고와 탐구 끝에 완성된-디자인된 모든 작품들이 타인의 머리와 가슴으로부터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것은 신비롭고 경이롭다.
그런 힘을 가지게끔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면면이 깊이있게 관찰하고 탐구한 끝에 성실하게 정리하여 엮은 흔적이 보이는 이 책은,
디자이너로서의 끝없는 성찰인 동시에 한 인간이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그만큼 하라켄야의 성실하고 진지한, 개인적이면서도 다분히 시대적인(단순히 디자인 이슈로서가 아니라 한 시대의 인간으로서 생각해봐야할 문제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기록이다.

나이가 들 수록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관찰력'과 '지구력(인내심)', 그리고 마음을 뺏길 대상과 열정을 가졌느냐인 것 같다.
집중할 수 없다면 누군가가 집중해서 엮어놓은 첨예하고 방대한 지식의 건축물을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게된다.
아주 힘겹게 힘겹게 집중할 수 있는 만큼만 발췌해가며 읽는 이 책이
오늘 밤은 참 고마운 기분이 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