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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결혼 6년동안 어제같은 큰 싸움도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크게 싸워도 둘의 성격상 금붕어처럼 퀵 마무리하는 것이 그나마 우리의 장점이었는데
어제는 달랐다.

여태까지 많은 부부싸움을 하면서
찬수가 많이 참고 날 봐준다는걸 나도 알고 있었다.
녀석은 5년 이상의 연애와 6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내 눈물엔 언제나 한없이 무너져왔었다.
아무리 화를 내면서도 ... 아무리 심한 소리를 해도... 깨지지 않는 부분이 그거였다.
그게 어쩐지 녀석의 남자로서의 '사랑'을 말해주는 것 같아 내심 고맙고 여자로서 행복한 부분이기도 했다.

어제,
그게 깨진 순간 :-|
내 가슴 속에서도 뭔가 깨진 느낌이 들었다.
금붕어처럼 또 잊긴 하겠지만... 너무 경황이 없어서 녹화하진 못했지만...
나 어제 정말 상처받았다.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그런 싸움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제초제를 부을 생각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물만 베려다가 물 담은 그릇 깨는 수가 있다.
그릇이 깨지면 물 엎어지고, 엎어진 물은 주어담을 수도 없다.

앞으로는 싸울때 녹화를 뜨기로 했다.
작티도 한국가면 팔려고 했는데 싸울때마다 장시간 녹화하는 용도로 남겨둬야겠다.

어제는 녹화를 못했으니 오늘 찬수 퇴근하면 각자 경위서부터 작성하기로 한다.



+

이렇게 쓰고 기진맥진해 있는데 연신내에서 찬수 누나들이 전화했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언니들한테 다 이르고 하소연하니까 언니들이 내가 궁금했던 백그라운드를 다 얘기해준다.
몇해전 결혼한 둘째언니는 경험담까지 곁들여주기때문에 한층 안심이 된다.
'다 그렇구나~' 그러면서... 내 마음에 퍼졌던 꺼~멓고 큰 멍이 까무잡잡한 손등의 작은 점처럼 하찮아진다.

사람을 잘 좋아하지도, 잘 믿지도 못하는 내게 어떤 순간순간마다 온기를 빌려주는 손길들이 있다.
난 그것들이 항상 어색하면서도 그 온기에 상처를 거리낌없이 드러내 말리곤 한다.
그런 나도 참 이상한 년이다.

사람보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같은 존재도 없는 것 같다.
이상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이상하기만 한 사람도 있을까?
없다고 믿는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