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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canada

작업환경의 변화와 적응, 그리고 상반기 나의 일을 돌아보며 :-)



요새 내 책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막 뱅글뱅글 돈다.
서울 작업실의 큰 책상에서도 사이드 테이블을 꼭 옆에 끼고 일했지만 여기서도 식탁 의자를 이렇게 끼고 일하곤 한다.
주로 간식 올려놓고 계획표나 잡다한 물건들 올려놓는데 쓴다.
오늘은 찬수가 부추전을 만들어서 사이드테이블(사실은 스툴) 위에 얹어줬다. (짜식, 나 다이어트 하는데!)
먹으랴 코딩하랴 우가우가 하다가 둘러보니 이 공간도 참 나 답게 변해버렸다.(보통 사람들은 이걸 돼지우리같다고 표현하더라)

처음 여기 와서 랩탑으로 일하는게, 좁은 책상에서 일하는게, 백열등 아래서 일하는게
너무 힘들고 어색해서 일주일쯤 지났을때는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었다.
찬수고 뭐고 비행기표 바꿔서 혼자 한국으로 돌아갈까를 고민했었다.
내 강력한 데스크탑에게로, 듀얼모니터가 병풍처럼 드리워진 커다란 내 책상에게로.

이제 그 곳으로 돌아갈 날도 한달 조금 더 남았다.
랩탑으로 일하는 것도, 백열등 아래서 일하는 것도,
드르륵 드르륵 끌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방향 바꿔 돌려 앉으며 일할 수 있는 작은 책상에서 일하는 것도
이젠 너무나 친숙하고 편안하다.

다음주면 프로젝트 하나가 거의 정리될 것 같고
미뤘던 잔작업을 끝내면 털 수 있는 일들도 리스트에 별표 왕창 달아서 올려 둔 상태다.
새로 시작한 일은 생각보다 일이 깔끔하지가 못하다. 이 일은 여행하면서도 진행해야하고 한국 돌아가서도 마무리해야하기때문에 약간 걱정이 된다.
캐나다 있으면서 놓친 일들은 아쉬운 것도 있고 후련한 것도 있다.

아예 미팅하러 갈 필요도 없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작업하는 것도 꽤 괜찮았다.
거의 한 달 동안은 그래도 불편한 점들이 있었고, 사실 랩탑에 적응하는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애플 모니터나 삼성 모니터 색감이 지금 이 랩탑 화면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랐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한국 돌아가서 랩탑으로 작업한 것들을 애플 모니터로 확인했을때 너무 놀랄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색감때문에 초반에는 아이패드로 자주 확인하며 작업했는데 어느순간 후 부터는 그럴 필요도 못 느끼고 그냥 작업했다.

나는 언제나 내 적응력에 놀란다.
하나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다른 하나는 적응하고 나면 너무 무섭게 길들어버려서

최근 일때문에 한 이틀 좀 심하게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다혈질답게 통화하면서 한 번 들이받고
그 후로는 속이 풀려서 다시 평온한 개로 돌아왔다.
갑도 을도 아닌 병으로 일하는게 요새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오늘, 이상하게, 행복하다.
연필로 사각사각 할 일 리스트를 적고 그걸 배에 얹어놓고 누워서 눈알을 굴린다.

재너머 사래 긴 밭, 금방 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