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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수요일

주말부터 계속 비

일하려다 추워서 블라인드 다 내리고 소파에 누워 이불 덮고 하이페츠 듣는다

하이페츠 보면 히치콕 생각난다
(반대로 히치콕 영화가 장황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면 하이페츠 음악 들을때의 기분이 된다)
특히 피아노와 함께 모짜르트 론도 연주하는 저 동영상은 영화 로프를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에서 살인자가 피아노 연주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장면이 좋아서 여러번 돌려봤었다
이상하게도 내게는 크리스마스 캐롤같은 느낌의 추리물이었다.

코난, 아가사 크리스티, 히치콕, 제시카 추리극장... 다 살인을 다루지만 너무 따뜻한 느낌으로 보게되는데
그 이유에대해 여러번 생각해보곤 했다
예정된 비극, 주인공(탐정)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비극, 주제가 되는 사건 외의 예기치 않은 갈등은 없는 것
그 부분이 참 동화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세상 속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얘기들...

오늘은 오타쿠데이다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를 틀어놓고 몸을 녹인 다음에 어제 디자인한 페이지를 코딩하면서 flow 단계에 빠져 저녁까지 일할거다
일이 끝나면 필레이모빌 갖고 탕에 들어가 반신욕하면서 스미노프 쪼끔 마시고...

요새 많이들 이 flow에대해 강조하지만 사실 오타쿠야말로 그거 없이 삶을 즐길 수 없다
난 요새 좋든 싫든 일만큼 그걸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없다는걸 절감한다
빈둥대고 노는 것도 어느정도 몰입할 수 있는 주제가 있을 때 즐겁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아닐지라도 한때 내가 좋아서 스킬을 익혀온 일들에 몰입할 수 있다면
그것때문에 똥줄빠지게 매달리는 것 역시 즐겁다(계속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ㅠ지겨워 지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몸과 마음이(게다가 날씨까지) 완벽하게 오타쿠로서의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된 날,
갈등없는, 즐거운, 날 위해 시간이 멈춰버린,
스페셜 오타쿠날
(이라고 쓰고 '똥줄빠지게 일해야되는 날'이라고 읽는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