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8.토
네 번째 찾은 전주 한옥마을
매번 들렀던 소머리국밥집은 올 봄에 주인이 바뀌면서 떡갈비집이 되었다.
손님은 더 많아지고 시설도 깨끗해지긴 했는데 예전 집이 그립더라.
처음 전주에 와서 먹었던 따끈한 국물, 매콤아삭한 김치, 쫄깃한 수육과 함께 맥주를 마셨던 옛 집의 기억...
이젠 정말 기억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되고 말았네... 두고두고 찾고 싶었는데 :-(
점심 먹고 다방커피 한 잔 들고 마을 산책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달고나 '별'이 혀 위로 사르르 녹는다.
어느 골목의 낮은 담벼락 위에 오묘한 빛으로 익어가던 넝쿨식물,
만지고, 찍고, 쓰다듬고, 손바닥에 올려놓고, 톡톡 쳐보고...
갖가지 무늬의 잎 하나하나를 담고 또 담아도 떠나기 아쉬웠던 그 골목
어쩜 이런 색이...
어쩜 이런 무늬가...
후두두 떨어지던 그 잎들을 가득 담아 숙소 돌아가려다가 ... 아쉬운 마음에 골목 앞에서
숙소 돌아와서 찬수는 한숨 달게 자고, 나는 방의 앞-뒷 문을 활짝 열어 가을 해 들어오는 방바닥에 앉아 그림 그렸다.
외가에 온 것처럼 편하고 따뜻한 곳 :-)
골목골목마다 울긋불긋한 가을잎들만큼 흐드러지게 화려한 꽃들이 많았다.
작은 꽃밭 앞에 쭈그려 앉아 기웃거리다가 꽃 따지 말라는 찬수 엄포를 듣고 바닥에 떨어진 꽃 하나 주워 일어났다.
그 꽃 들고 해 질때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늘공원에서 내려다본 남대문시장... 그리고 그 너머 전주의 소박한 스카이라인
낮동안 들고다닌 꽃은 문지방 잠금고리에 꽂아두어도, 시장에서 산 귤이랑 만두 먹을때 그릇 옆에 두어도,
플모 인형들 옆에 두어도 이쁘고 화사했다.
떨어진 꽃이지만 나에게 한나절 내내 제일 화사하고 이뻤던 꽃.
거의 잠긴 찬수 눈...
마당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콧구멍을 열고 그 바람이 흔드는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연 채로
한참을 툇마루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다가 잠들었다.
아늑하고 따끈한 한옥 방에서 달게달게 :-)
아침, 아주머니들 아침밥 짓는 소리에 잠이 깨어 방문을 열어놓고 한참을 구경한다.
툇마루, 장독대, 낮은 담벼락 뒤로 보이는 이웃집 기와지붕과 밤 새 흔들렸을 마당의 커다란 나무, 나무가 바라보는 하얗게-신선하게 막 밝기 시작한 가을 아침 하늘...
그 풍경들 속에 나와 너, 내가 지난밤 조물락거린 내 장난감과 필통, 물건들이 있다.
이런 아침이 내가 전주 한옥마을에서 바라는 소박하지만 더 바랄 것 없이 완전한, 평온한 아침.
찬수가 너무 좋아하는 한옥마을 아침상, 정성들여 준비된 정갈한 이 아침상, 뱃속부터 혼과 마음까지 든든히 채워주는 느낌
아침 먹고 마을 산책하고 오목대 오르려 가는 길.
오목대에서 전주시내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와 경기전 맞은편 벤치에 앉아서 전날 봐 두었던 까페 문 열기를 기다렸다.
우리가 막 일어나려는 찰나에 나타난 주인아저씨는, 이제 곧 문을 여니 기다리라는 말을 건네고는 열심히 오픈 준비를 하셨다.
바닥은 물로 깨끗이 씻겨지고 한쪽에 쌓여있던 원목 테이블과 반짝반짝하는 철제 의자가 세팅되고 파라솔이 제 자리를 찾아 펼쳐 세워졌다.
기분 좋게 모닝커피 한 잔 하며 오목대에서 주워온 도토리를 플모 사슴과 함께 만지작만지작.. 찰칵찰칵...
햇살 좋고 평온한 전주여행의 아침.
떠나기 전 숙소 담벼락 앞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이 지긋한 부-자가 일찌감치 개시한 달고나 장사의 첫 손님이 되었다. "많이 파세요" 라는 인사와 함께 :-)
내년에도 또 봐요. :-D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